원래 포쉐는 벽체의 육중함(Volumn)을 부각하는 장식적 장치 → 근대 이후 벽이 구조의 역할로부터 자유로워짐 → 구조체로서 공간을 한정하던 포쉐는 벽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게 됨
포쉐(Poché)’는 영어의 ‘poke'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알파벳 사전에 따라 앵겔로 라틴어로 번역하면 ’poka'와 동의어이다. McGraw-Hill 사전에 의하면, 포쉐는 외부로 드러나는 형상의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숨겨진 것(pocked)’과 같은 감추어진 의미도 지니고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McGraw-Hill Dictionary of Architecture & Construction: poche
포셰(poché)는 프랑스에서 몸과 의복 사이의‘여유 공간(틈)’을 일컫는 데서 기원한 단어다. 이후 이 여유 공간은 ‘주머니(Pocket)’를 갖게 되었다. 포셰는 프랑스의 고어 ‘puche(지갑, 작은 가방)’, 프랑크의 ‘pokka, pukka(파우치, 가방)’ 등을 어원으로 하고 있으며, 이후 영어권에서 pocket(주머니), pouch(지갑, 작은 가방)으로 계승되었다.
에꼴 드 보자르에서는 “내부공간의 틀과 외부의 껍질 사이에 형성된 사람이 없는 공간의 틈새”를 포셰 (Poché)라 불렀다. 서양 건축에서는 로마 시대 이후 두꺼운 내력벽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내부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전통이 보자르에 이르러 포셰의 개념으로 진전된 것이다. 보자르에서는 평면상에서 공간을 나누는 두꺼운 벽의 패턴을 ‘포셰(poché)’라고 부르고 ‘포셰’의 명확함을 좋은 건축의 기준으로 삼았다. 포셰의 명확함이란 건물 내·외부의 표면을 정의하는 선의 경계와 모서리의 완벽한 처리를 뜻하며, 이는 명확한 공간 구성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즉, 보자르식 건축 교육에서는 포셰로서 검게 표현되는 윤곽선의 관계를 통해 공간 디자인에 대한 감각을 훈련시켰다.
또한 포셰는 건축의 볼륨과 구축, 그리고 고형부(Solid)와 보이드(Void)를 통합적인 관계로 해석되었으며, 이는 구조 중심선에 따라 배열된 장식적 측면에서의 실루엣(Silhouette)을 채색하는 것으로서 표현되었다. 포셰로 표현된 도면은 일종의 건물의 악보로서, 공간의 구성 원리를 소통하기 위한 매개체였으며 이후 볼륨과 매스를 구현하려는 기호체계로서 발전한 것이다.
맥그로우 힐(McGraw-Hill) 사전은 포셰를 ‘건축 도면에서 고체(Solid)를 재현하기 위해 검게 색칠된 부분’29)으로 정의하였고, 쿤즈(D. Kunze)는 포셰를 ‘인간이 시각적으로는 인지하지는 못하나, 의식적으로 이해되는 인위적인 틈새’로 정의하고, 이러한 현상은 도시적인 측면에서 잔여 혹은 잉여공간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더 나아가 로버트 벤추리(Robert Venturi)는 포셰의 개념을 응용하여 주공간을 향하여 열린 ‘잔여 공간’을 ‘열린 포셰(Open Poché)’로 지칭했다. 이는 인식하기 어려운 닫힌 공간에서 잔여 공간이 실제 사용 가능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건물 내·외부의 상호 작용을 통해 잔여 공간의 의미가 형성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 단순히 두꺼운 벽이나 검은 영역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과 도시의 (공간) 관계를 규정하고 드러내는 개념
근대 이후 벽은 단순히 건물을 세우는 구조적 요소로 여겨지던 전통적 인식에서 벗어나, 구조와는 독립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벽은 단순한 경계가 아니라, 내부와 외부가 유동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공간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벽의 변화는 ‘포쉐’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원래는 건축 공간을 ‘고형(Solid)’과 ‘빈 공간(Void)’의 관계로 파악하는 개념이었던 포쉐가, 점차 내부와 외부를 나누면서도 동시에 이어주는 양가적 경계로 확장되어 이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2-1 로마 판테온

로마 시대의 벽은 단순히 건물을 떠받치는 구조적 역할뿐만 아니라 건축의 형태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였다. 예를 들어, 판테온은 원통형 벽체(덩어리, Mass)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벽은 단순한 경계가 아니라 내부 공간의 부피와 형태를 만들어내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때 중력을 지탱하기 위해 두껍게 쌓은 벽체 안쪽에는 사람이 들어가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데, 이것을 ‘포쉐’라고 부릅니다. 이런 점유 가능한 벽 속의 공간은 벽체가 가진 두꺼운 질량감을 더욱 강조하는 역할을 했다.
(내·외부의 공간감을 규제하는 장식적 구조벽)
고전 건축에서 두꺼운 벽체를 파내어 만든 포쉐는 처음에는 벽의 두께와 무게감을 드러내는 일종의 장식적 장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한 장식에서 벗어나, 실제로 사람이 머무르거나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는 포쉐가 단순히 구조적인 개념에 머무르던 기존의 인식에서, 벽의 단면 속 공간이 지닐 수 있는 새로운 평면적 가능성으로까지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2-2 성 베드로 성당